퇴근 후 집에 도착하니, 현관에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창원지방법원에서 발송한 등기우편 미송달에 관한 내용이었다.
법원, 경찰, 검찰 이런 것들은 사람을 주춤하게 만든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 우리집 집주인 아저씨 고향이 경남 어딘가였다는게 떠올랐다. 집에 가압류가 계속 추가되고 있더라니, 결국 파산 했나보다.
등기를 받자고 휴가를 쓸 수는 없으니, 다음날 우체국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스티커 번호를 불러주고 등기번호를 받았다. 법원 민원실에 연락하여 등기번호를 불러주고, 사건번호를 알아냈다. 검색해보니 역시나 파산사건.
못받은 우편물은 채권자들에게 송달한 파산 결정문이었다. 역시 이것 때문에 휴가를 쓸 수는 없으니, 다시 전자소송 사이트에 가입했다. 이번엔 법원 재판부에 전화해서 사건번호를 불러주고, 전자소송 번호를 얻었다. 오전 내 전자소송에 참여할테니, 결정문을 전자로 보내달라고 부탁도했다. 소송을 한 번 경험해본터라 이런 면에서 꽤 익숙해져있다. 역시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오후에 약속대로 전자소송 사이트를 통해 결정문을 수신했다. 이제 정말로 임대인이 파산했으니, 전세피해자 결정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다른 내용은 하나도 안어려운데, 임대인이 고의가 있었다는 내용을 증빙하기가 참 어렵다. 다만, 나의 경우 집주인 아저씨가 계약 당시부터 심각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져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이런걸 미필적고의라고 하던가? 아무튼, 계약 당시에도 몇 가지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무시한게 이런 사달로 이어졌다.

혹시나 누군가에게 도움이될까 적어보자면, 내 논리는 아래와 같다. 물론 그냥 신청서에 적은 내용이고, 인용될지는 모르겠다.
임대인 기망행위 사기죄 구성여부
형법(제347조 사기죄)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행위’를 사기행위로 규정합니다. 또한 대법원은 “임대차보증금 상당액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또는 그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할 당시에 피고인에게 그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 즉 그 당시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주택을 점유·사용하도록 하여 주거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채 그러한 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도5618).
이 사건 임대인은 계약 시점에 심각한 채무 상태에 있었으며, 자신의 재정상태를 숨기고, 정상적인 반환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특히 임대인이 보증금이 신한은행 계좌로 입금될 경우 채무 상환이 이루어질 것을 우려하여, 당초 계약서에 명시된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에 보증금 입금을 강요한 행위는 임차인을 속여 금전상 이익을 취득한 기망행위라 할 것입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1차적인 할 일을 끝냈다. 임대인 아저씨에게 계약해지의사도 밝혔고(이전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전세피해자 신청도 했다. 이제 파산절차가 시작되면 잘 참여하면 되겠지. 골 아픈 일들이지만, 이 또한 언젠가 큰 도움이 될거라는 긍정적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