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공간의 중요성
본가가 이사했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우리 집은 이번을 포함해 다섯 번의 이사를 했다. 내가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 단칸방에서 단독주택 2층 전셋집으로, IMF 이후 반지하로, 이후 15평 남짓 자가 빌라로, 다시 21평짜리 나홀로 아파트로, 그리고 이번에 34평 아파트로.
우리 엄마는 늘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우리 집은 늘 나아지고 있잖아.” 정말 맞는 말이다. 반지하 방 이후로는 늘 나아지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집 이사 히스토리가 정확히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나와 동생은 반지하 방과 오래되고 작은 빌라에서 학창 시절을 모두 보냈다는 점이다. 4인 가족이 독립된 공간을 갖기에는 너무 좁은 집이었다.
21평짜리 나름 신축 건물로 이사한 뒤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아늑한 집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뒤 나는 독립했고 집에 남겨진 세 가족은 조금은 나은 생활을 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독립한 이후에는 본가에 가는 게 영 불편했다.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니라 몸이 불편했다. 내 5평 원룸보다 아늑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걸 단지 가족과 함께 있어서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34평 아파트. 구축이긴 하지만, 처음 살아보는 아파트이면서 비약적으로 커진 크기. 이사 후 만 하루를 집에서 지내보니, 드디어 나의 5평 원룸보다 본가가 편해졌다. 34평의 공간을 네 명으로 나누면, 인당 8.5평이다. 그렇다! 그냥 산수로 생각해도 원룸보다 큰 공간을 내가 점유하고 있으니, 여기서의 생활이 더 편한 것이다.
너무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20년 일찍 이 아파트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사온 아파트가 내가 나온 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아파트라, 그때 당시 이 아파트에서 통학하던 친구들이 떠오르면서 때늦은 아쉬움이 생긴다.
그래도, 조금 늦었더라도, 이런 집이 생긴 게 어디야. 앞으로는 아마 조금 더 자주 본가에 오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