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이 끝났다.
걷기도 힘든 몸을 정신력으로 몰아붙이며 달리고 있었다. 멀리 피니시 라인이 보이자, 손목에 시계를 보았다. 총 소요시간 3시간 59분이 막 넘어서고 있었다. 남은 거리는 200m 남짓, 고통을 참아가며 페이스를 올려봤지만, 최종 기록은 4시간 00분 31초. PB를 기록했으나, 만족스럽진 않았다.
하반기에 급격히 일이 바빠지면서 LSD를 제대로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장거리 훈련은 남산 25km를 한 번 달린 것이 거의 전부였고, 그래서인지 25km 부근부터 고통이 몰려왔다.
놀라웠던 것은 25~29km 구간에서 6:16까지 떨어진 페이스가, 30km 지점부터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다. 정말 포기하고 싶었는데, 보폭도 줄여보고, 팔치기도 해보고, 마음도 다잡으며 버티다 보니, 순간 고통이 완화되었다. 그 순간 느꼈던 안도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덕분에 30km부터 34km구간까지 다시 5분대 후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대로만 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정신력도 거기까지였다. 35km부터 다시 페이스가 밀리기 시작했고 38~40km 구간에서는 7분대까지 떨어졌다. 이때 조금만 더 버텼다면 sub-4를 달성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0.5km 지점에서 NSRC 크루원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 지점에서 크루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멈출 수 없었다. 모임장님이 나를 발견하고 200m쯤 같이 달려주셨다. 순간적으로 페이스가 5:10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마지막 힘을 짜냈고, 나의 2두 번째 풀코스 마라톤 도전이 끝났다.
이렇게 과정을 반추해보니, 처음 느꼈던 아쉬움이 많이 사라진다. NSRC의 응원이 없었다면 40km까지 뛰지도 못했을 것이다. 중간에 몇 번 멈춰 서긴 했지만, 걷지 않고 끝까지 뛰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완주 직후에는 분명 더 이상 풀코스는 안할거라고 했는데, 벌써 동마가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착실히 준비해서 넉넉히 sub-4를 달성해야지!
2025 춘천마라톤
2025-10-26 · Full
1km 랩 페이스 (min/km)
※ 가민 랩 데이터 기반. 눈금은 40K까지만 표시하며 그래프는 실제 누적거리까지 표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