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아닌 휴가도 달리기와 함께면 특별하다

휴가에는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빈둥거리며 시간을 흘려보내면, 출근한 것보다 기분이 좋지 못했던 적도 있다. 한국인스러운 강박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을 막기 힘들었다.

달리기를 하게 된 후 이것이 해소되었다. 평일 하루의 휴가도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특별해진다. 사람이 없는 주로를 새벽이나 늦은 밤이 아닌 편안한 오전시간에 달린다.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왕복 루트가 아닌, 편도로 얼마든 멀리 달려도 괜찮다. 시간이 많으니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 된다.

오늘도 애매한 화요일에, 연말까지 소진해야하는 휴가라는 이유로 하루 휴식을 가졌다. 별다른 계획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먼 거리를 달렸다. 좋은 사람과 식사하고, 내 취향의 카페에서 커피도 마신 뒤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나니 하루종일 빈둥거려도 기분이 좋았다.

휴가와 달리기는 참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