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파워샷 V1 한 달 사용 후기 – 난이도가 높은 입문용 카메라

지난 11월 30일, 캐논 파워샷 V1을 반쯤은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계속해서 이 제품을 써야 할지, 아니면 정리해야 할지 고민만 하다가 한 달이 지나서야 결국 계속 사용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정품 등록을 마쳤다.

첫 인상은 실망 : 아웃포커싱의 부재

설레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지만 결과물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100만 원이 넘는 소비를 정당화하기엔 아이폰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풀프레임 카메라가 아니다 보니 심도 표현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그 탓에 ‘카메라로 찍었다’는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예전에 “V1은 초보자보다는 고수가 가볍게 들고 다니며 쓸 때 빛나는 카메라”라는 후기를 본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써보니 딱 맞는 말처럼 느껴졌다.

카메라 매장을 돌며 Z50 II, EOS R10 같은 크롭 바디 미러리스들을 볼 때마다 기변 욕구가 강하게 올라왔다. 그래도 최소 6개월은 써보고 판단하자는 마음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V1을 계속 사용했다.

그래도 아이폰과는 다른 품질

사진을 모니터로 열어보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아웃포커싱은 부족하지만, 결과물의 기본 체급은 아이폰과 다르다. 아이폰 사진은 조금만 확대해도 노이즈가 거슬리는데, V1으로 찍은 사진은 선명함이 유지된다.

화질에 여유가 있다 보니 넓은 화각으로 찍은 사진을 크롭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 이 점은 확실히 큰 장점이다.

기대 이상인 동영상 품질

V1은 사진기라기보다 영상기로 분류된다는 말이 이해될 정도로 동영상 품질이 좋다. 처음 사용했을 때도 “영상은 이렇게 잘 나오는데, 왜 사진은 덜 예쁘게 느껴질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장 유튜브를 할 계획은 없지만,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짧은 영상 하나만 추가해도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앞으로 영상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걸 생각하면, 이 점은 꽤 매력적인 요소다.

난이도는 높지만, 마음에 든다

결론적으로 V1은 내가 원하는 조건을 대부분 갖춘 카메라다. 컴팩트한 크기, 가벼운 무게, 아이폰보다 한 단계 위의 화질까지. 문제는 카메라가 아니라 내 실력이다.

V1은 지금의 내가 다루기엔 분명 쉽지 않은 카메라다. 그래도 언젠가는 이 카메라로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계속 함께해 보려 한다.